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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역습③] 84조달러 빚진 미국은 왜 버티나…문제는 ‘정부부채’



일본은 기업이 부채를 줄이면서 투자가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가계가 빚을 상환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문제다. 그렇다면 가계와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막대한 빚을 진 미국이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을 유지해 온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미국이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 나라여서가 아니라 부채를 조달하고 흡수하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84조 달러는 연방정부 빚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융계정(Z.1)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말 미국의 국내 비금융부채 잔액은 84조1,0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가계가 21조4,000억 달러, 비금융기업이 24조 달러, 연방·주·지방정부를 합한 정부부채가 38조7,000억 달러다. 비금융부채 총액은 GDP의 259% 수준이다. 제목의 ‘84조 달러’는 정부부채 단독 수치가 아니므로 구분해야 한다.

구분2026년 2분기 말전체 중 비중
가계부채21.4조 달러약 25.4%
비금융기업부채24.0조 달러약 28.5%
정부부채38.7조 달러약 46.0%
전체 비금융부채84.1조 달러100%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융계정(Z.1), 2026년 9월 11일 발표. 반올림으로 비중 합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정부부채는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를 포함한 금융계정 기준으로, 미 재무부의 연방정부 총부채와 정의가 다르다.

정부의 적자는 민간의 소득이 될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이 동시에 지출을 줄여 저축을 늘리려 하면 경제 전체에서는 누군가의 소득이 줄어든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해 지출을 유지하면 그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사업 대금을 지급하거나 이전지출을 늘리면 수령한 가계와 기업의 현금흐름을 지탱할 수 있다. 일본도 장기침체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을 동원했지만, 자산가격 붕괴와 은행 부실, 기업의 부채축소를 한꺼번에 상쇄하기는 어려웠다.

미국의 차이는 재정지출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달러 결제 수요, 미 국채를 담보와 유동성 자산으로 사용하는 국제금융 구조, 깊은 자본시장, 기술기업 중심의 투자 역동성이 작동해 왔다. 미국 재무부는 달러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외국 중앙은행, 연기금, 보험사, 은행과 민간 투자자가 이를 보유한다. 그러나 달러 발행 능력이 이자 부담을 없애지는 않는다. 통화 증발로 부채를 처리하려 하면 물가와 환율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정부부채가 커질수록 ‘버티는 비용’도 커진다

정부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신규 채권으로 차환할 수 있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이 높아지면 신규 발행과 차환의 비용이 상승한다. 부채 잔액이 크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된다. 이는 국채 이자지출을 늘리고 다른 예산을 압박한다. 세입 확충이나 지출 조정이 어려워지면 시장은 더 높은 기간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빚을 늘렸다는 사실만으로 민간경제가 견조해지는 것도 아니다. 재정적자가 생산성 높은 인프라·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지, 소비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는 데 그치는지에 따라 장기효과가 달라진다. 또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국채발행이 늘어나면 민간 자금조달비용을 밀어 올리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달러의 특권은 한국으로 위험을 전달한다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달러 자산을 선택할 유인을 갖는다. 한국 채권과 주식에서 자금이 이동하거나 환헤지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으면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의 원화 비용이 올라 물가를 자극한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만 보고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진다. 미국 재정위험이 바로 한국의 가계부채 부담으로 전이되는 경로다.

철강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미 국채금리가 높으면 글로벌 설비투자의 할인율이 올라가고, 원자재 거래에 필요한 달러 운전자금의 조달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면 달러 강세는 미국향 수출의 원화 환산액을 늘릴 수도 있어 기업별 영향은 다르다. 결국 수출기업은 판매가격만이 아니라 환헤지, 달러 차입, 재고 회전기간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결론: 미국이 견디는 이유와 위험이 같은 곳에 있다

미국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달러 자산과 거대한 금융시장을 보유한다. 이 구조는 정부가 지출을 유지하며 충격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그 특권이 영구적인 저금리나 무제한 차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부부채가 민간경제를 떠받치는 동시에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순간, 충격은 국경 밖으로 번진다. 다음 회에서는 미국 10년물 금리 5%대가 어떤 순서로 한국의 환율·채권·주택담보대출·부동산 거래를 흔드는지 살펴본다.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융계정(Z.1), BIS, IMF,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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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미국의 84조1,000억 달러 비금융부채 중 정부부채는 38조7,000억 달러다. 달러의 국제적 지위와 재정의 완충 기능이 미국 경제를 지탱하지만, 장기금리 상승은 한국의 환율과 차입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일러스트 설명: 판화풍 경제 일러스트. 뉴욕 금융가 위로 겹쳐진 미 국채 증서와 달러의 흐름, 멀리 항구의 화물과 제철소가 보이는 장면. 글자와 숫자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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