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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5% 시대①] 세계는 왜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나

국채금리 5% 시대 세계 부채의 부담을 정부·금융기관·기업·가계가 떠받치는 에디토리얼 일러스트

세계경제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필요하면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위기 때 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저금리 시대에는 정부부채가 늘어도 이자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이제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부채의 절대 규모보다 그 부채를 유지하는 비용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IMF는 세계 일반정부 부채가 2025년 GDP의 93.9% 수준에 이르렀으며 현재 정책이 이어질 경우 2029년 100%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핵심은 기존 저금리 국채가 더 높은 금리로 차환되면서 정부 이자지출이 구조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전환점은 2008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정부가 아니라 미국 주택시장과 금융회사, 가계였다. 부동산 가격이 무너지면서 민간 금융시스템의 부채가 폭발했고 정부는 은행 구제와 경기부양에 나섰다. 민간에서 시작된 부채위기의 충격 상당 부분이 국가 대차대조표로 이동했다.


구분2007년2009년2019년2020년
세계 일반정부 부채/GDP61.1%74.7%84.1%99.8%
선진국 정부부채/GDP71.7%91.7%105.2%124.7%
신흥국 정부부채/GDP35.0%38.5%54.1%64.5%


위기가 끝나도 위기 때 늘어난 국가부채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코로나19, 국가를 ‘최종 보험자’로 만들었다

2020년 코로나19 때 각국 정부는 기업대출 보증, 고용유지 지원, 현금 지급, 의료비 지출, 실업급여와 세금 감면을 동원했다. IMF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전체 공공·민간 부채는 226조달러, GDP의 256%까지 상승했다. 2008년과 2020년의 공통점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발생할 때 정부가 마지막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위기가 끝난 뒤에도 지출은 줄지 않았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의료비, 국방비,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반도체·배터리·AI·첨단제조업 산업정책까지 정부의 구조적 지출 수요가 확대됐다. 국가는 경제위기의 보험자에 머물지 않고 산업·에너지·안보정책의 투자자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 세입이 같은 속도로 증가하지 않으면서 그 차이를 메우는 수단이 국채 발행이었다.


저금리가 국가부채의 무게를 감춰왔다

1조달러의 부채에 평균 1%의 이자를 부담하면 단순 계산한 연간 이자는 100억달러지만 5%라면 500억달러가 된다. 원금은 같아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 1~2% 국채의 만기가 돌아와 높은 금리로 차환되면 정부의 평균 조달금리는 서서히 상승한다.


고금리 → 차환비용 상승 → 정부 이자지출 증가 → 재정적자 확대 → 추가 국채 발행 → 다시 이자부담 증가라는 순환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금리 5% 시대의 본질은 값싼 돈을 전제로 쌓아 올린 세계의 부채가 더 비싼 가격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부채가 많다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자국 통화로 빚을 냈는지 외화로 빚을 냈는지, 국채를 자국 금융기관과 국민이 보유하는지 외국인이 보유하는지, 중앙은행의 개입 여력과 경제성장률이 어떤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부채/GDP 비율만으로 국가 위험도를 비교해서는 안 된다.


결국 누군가는 국채를 사야 한다

은행, 보험회사, 연기금, 가계, 투자펀드, 외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이 정부 국채를 산다. 따라서 국가부채 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얼마를 빌렸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그 국채를 사주며 앞으로도 같은 조건으로 계속 사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철강산업도 이 거대한 부채 구조 밖에 있지 않다

철강은 건설·인프라·자동차·조선·기계·에너지 등 금리에 민감한 산업에 공급되는 기초소재다. 안보·에너지·공급망 재편을 위한 정부 투자는 철강 수요를 만들지만 높은 금리는 민간 건설과 부동산 개발, 설비투자를 억제한다. 철강사와 제강사에는 설비투자와 운전자금 비용이 올라가고 유통업체와 트레이더에는 재고금융 비용이 증가한다.


이제 질문은 ‘얼마나 빚졌나’가 아니다

지난 20년간 경제의 위험 상당 부분이 민간 대차대조표에서 국가 대차대조표로 이동했다. 세계는 아직 빚을 본격적으로 갚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달라진 것은 그 빚에 붙는 가격이다.


정부가 계속 국채를 발행한다면 누가 그것을 사줄 것인가. 2부에서는 ‘미국은 언제까지 빚으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나’를 다룬다.


자료: IMF Fiscal Monitor·Global Debt Monitor, OECD Global Debt Report, World Bank. 공개자료를 기준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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